최신판례
[통상임금] 해외근무수당에 시간외근무수당을 포함한 포괄수당약정의 성립과 통상임금 범위(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5다200387 판결)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해외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파견된 근로자들이 매월 받은 해외근무수당을 둘러싼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회사 규정에 ‘해외근무수당에는 시간외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등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포괄수당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경우 해외근무수당 중 시간외·야간근무수당 등에 해당하는 부분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해외근무수당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두 가지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하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다2881 판결)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정근로시간을 넘는 근로 등에 대해 추가로 받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는 법리(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24739 판결)입니다.
운영지침에 해외근무수당과 별도로 ‘시간외근무수당을 가산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던 점도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법정수당이었다면 ‘지급할 수 있다’는 형식으로 규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업무와 직급에 따라 월별로 정해진 시간을 기준으로 지급되었다면, 그 시간외근무수당은 법정수당이 아닌 약정가산금의 성격을 띤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직원용 안내자료에도 해외근무수당에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포함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던 점을 들었습니다. 포괄수당약정이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잠탈할 의도로 규정되었다는 자료가 없고, 근로자들이 소 제기 전에 이의를 제기한 사정도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별도의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포괄수당약정을 부정한 1심과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판례입니다.
<사건 개요 및 요지>
원고들은 피고(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009. 12. 27.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0. 3. 15. 피고와 공동사업관리 협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의 인사명령으로 UAE에서 근무하였는데, 한국전력공사와의 공동사업본부에서 일하거나 피고 아부다비지사에서 건설단계 운영지원(OSS) 업무를 맡았습니다. 원고들은 국내 보수와 별도로 매월 해외근무수당을 현지 화폐(디르함)로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해외근무수당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해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였다며, 해외근무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다시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과 이미 받은 금액의 차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피고는 해외근무수당이 실비변상적 체재비여서 임금이 아니고,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포함되어 있어 통상임금도 아니며, 공동사업본부 근무직원에 대한 지급의무는 한국전력공사에 있다고 다투었습니다.
1심은 먼저 해외근무수당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협정이 해외근무수당과 파견여비를 구분하고 있었고, 운영지침은 해외근무수당을 ‘보수’ 항목에, 정착지원금·학자금·주택임차료 등을 ‘복리후생’ 항목에 나누어 규정하였습니다. 근무 현장은 여름철 기온이 45~55℃에 이르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였습니다. 숙소와 식사가 무상으로 제공되고 별도의 체재비성 지원도 있었으며, 해외근무수당은 월 약 5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1심은 이에 비추어 해외근무수당이 특수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어려움을 보상하는 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통상임금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해외근무수당은 실제 근무일수나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기 지급되었고, 기본근무기간도 3년의 장기간이었습니다. 환율변동으로 실제 지급액이 달라지더라도 고정성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운영지침이 해외근무수당과 별도로 시간외근무수당을 가산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실제로 별도 지급해 왔으므로, 해외근무수당에 법정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동사업본부 근무직원에 대해서도 피고가 지급의무를 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맺고 피고의 인사명령에 따라 근무하였으며, 해외근무 후 피고로 복귀할 예정이었고, 피고가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를 처리하였습니다. 협정은 피고와 한국전력공사 사이의 내부 약정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인용하면서 추가로 판단하였습니다. 피고는 환율변동차손을 보전하거나 회수한 뒤 확정되는 최소 금액만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항소심은 규정이 보전·회수를 ‘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고 실제로 보전·회수한 적도 없다는 이유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포괄수당약정 주장도 배척하였는데, 그 근거로 다음 사정을 들었습니다. 해외근무직원 보수규정 단서는 국내 타 법인 및 해외현지법인과의 계약에 따른 보수는 별도로 정한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운영지침 단서는 별도의 시간외근무수당을 가산 지급할 수 있다고 하면서 별표로 직급별·직종별 운영기준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오랜 기간 그 기준에 따라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해 왔고, 그 지급 여부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신의칙 위반 주장은 원고들의 청구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일부 원고들의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 상고심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수당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해외근무수당 중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다음 사정을 들었습니다. 해외근무직원 보수규정 제2조 제1항 본문은 ‘해외근무수당에는 시간외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휴가보상금, 공통급, 가산급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OSS 운영지침도 해외근무수당의 급여 항목은 위 보수규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들은 해외근무수당에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이므로 포괄수당약정으로 볼 수 있고, 그런 취지가 아니라면 피고가 이런 규정을 따로 둘 이유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운영지침 단서의 시간외근무수당은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업무와 직급에 따라 월별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지급되었으므로 약정가산금의 성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파견직원 종합가이드의 ‘공통’ 부분에도 해외근무수당에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포함되어 있고 시간외근무수당은 운영지침에 따라 가산 지급된다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포괄수당약정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잠탈할 의도로 규정되었다는 자료가 없고, 원고들이 소 제기 전 이의를 제기한 사정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상고심은 포괄수당약정에 따라 해외근무수당에 포함된 시간외·야간근무수당 등은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에 포괄수당약정의 성립과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