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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 4일제와 주 40시간제
작성자 이유(ip:)


주 4일제, 주 32시간제가 아니다.

주 4일제가 대선공약의 담론으로 부각되고 있다. 언론사는 여론조사를 내세워 찬성이냐 반대냐로 주 4일제 정책의 핵심내용은 빠진 채 시기상조, 시기적절 대응구도만 난무하고 있다. 주 4일제를 거론하면서 내세운 것인 위드코로나 시대 대응전략, 양질의 일자리 전략, 기후위기전략 등이다. 대선후보자들이 시대적 전략의 대안으로 주 4일제를 말하고 있다. 아직은 담론 수준이고 구체적인 근로시간의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근로시간 단축이라며 주 4일제 ‘도입’으로 말하고 있다.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은 대선후보들이 말하는 것은 주 4일제이지 주 32시간제(4일*8시간)이 아니다. 주 40시간의 단축을 통한 주 4일의 근로일을 말하지 않는다.







국민의 절대 다수인 임금노동자들은 주 40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주 4일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먼저 주 40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법제화했던 2003년을 기억해야 한다.


주 40시간제, 주 5일제가 아니었다. 

2003년 9월,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제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당시에 “주 5일제”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기억하면 월차휴가 폐지와 연차휴가 상한, 연차휴가촉진제, 생리휴가 무급화 등을 조건으로 근로시간법제를 개정한 것이었다.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지만 노동조건의 후퇴를 감수한 개정내용이었다.


노동법의 개악은 주 40시간제를 주 5일제라고 말했다. 근로시간의 법제를 근로일의 법제로 바꾸어 말했고, 후퇴된 노동조건은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돌이켜 보면, 심각한 것이 임금수준의 후퇴였다.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시간 수의 변경이었다. 다시 말해, 월 통상임금 기준시간수가 226시간에서 243시간으로 늘어나면, 분자인 통상임금은 그대로인데 분모에 해당하는 기준시간수의 증가로 통상시급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토요일은 유급으로 할 것이냐, 무급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노사간의 입장은 팽배했다.


노동조합운동은 임금인상(통상임금 산정에 해당하는 분자항목을 늘리는 투쟁)에 몰두하였으니, 분모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기준시간 수가 늘어나는 것을 소홀히 한 결과, 임금인상률은 제자리 걸음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가산임금인 연장근로수당 등으로 생활임금을 확보하려는 임금제도의 모순이 문제다.)


주 40시간제를 주 52시간제로 말하는 나라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못을 막고 있다(위반하면 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 벌금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사유도 없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가 너무도 쉽게 허용되고, 여기에 ‘특별인가연장근로’허용으로 연장근로에 추가연장, 탄력적근로시간제에서는 64시간 가능 등, 주 40시간법제는 애초의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수도 없이 말했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다(제3조). 현실에서 ‘최고기준’으로 작동되어서는 안된다. 주 40시간과 1일 8시간이 근로기준법이라면 노동조합은 예컨대 주 35시간과 1일 6시간으로 협약을 체결해야 ‘단체협약’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보면, 근로기준법 규정 그대로 옮겨 놓았다. 단체협약이라는 법규범을 제정하는 노사당사자의 지위는 위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개정될 때, 총 근로시간 대비 임금총액을 유지하지 위해, 연장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가산수당을 높이는 방식으로), 근로시간법제를 운용(활용)하였기에 ‘실근로시간 단축’은커녕, 최장노동시간이 유지되는 오명의 시대정신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1일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주 4일제, 주 3일제도 가능하다.

사용자에게 노동시간은 생산성, 비용산정 등의 도구이며, 노동자에게는 복종의 시간과 임금산정의 도구다. 여기서 노동조합이 그동안 임금‘액’의 인상에 몰두하여 복종의 노동시간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식이 얼마나 피폐한 노동조건을 만들어내는지를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결국 임금을 인상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저하 없는 노동시간의 단축은 현실 가능한 의제가 될 수 있다.


만약에, "주 4일제"가 현행 주 40시간과 연장에 추가 연장제도를 유지하면서 시행한다는 발상이라면 장시간 노동의 고착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행 근로시간법제를 이용하면 1일 10시간 노동으로 "주 4일제"은 완성된다. 누군가는 ‘1주일 노동을 2일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는 쉬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일의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자고 죽임을 당하며 투쟁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1866년 국제노동자대회에서, 1886년 시카고 노동자의 파업(노동절의 기원이다)을 거쳐, 1919년 국제노동기구에서 채택된 1일 노동시간이 8시간이다. 피와 죽임의 역사속에서 쟁취한 결과였다.


노동시간의 선택권은 하루를 기준으로 최고 8시간이내로 해야 최소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선결조건이 된다. 여기에 8시간분의 임금이 보장되고 확보되어야만 실현된다.


문제는 주 4일제, 3일제가 아니라 1일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동시간제의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법률로 노동시간을 강제하고 있다. 만약에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을 “1일 동안 8시간을 강제하고 복종해야 하는 시간”으로 읽는다면, 강제되고 복종해야 하는 노동시간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노동시간은 휴식시간에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1일 최소 휴식시간의 보장, 1주 최소 휴식시간의 실현을 요구하는 주 4일제라면 어떨까.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에 15시간은 노동에서 해방되는 시간 나머지가 노동시간이면 7시간 노동제는 현실이 된다. 자본이 만든 소비층, 언론이 선전하고 기성세대와 분리된(의도된) MZ세대의 노동에 대한 상상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임금에 앞서 시간과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2003년 9월 15일은 근로기준법이 개악된 날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꺼내, 주 4일제가 대선공약으로 채택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노동법 개악투쟁에 패배한 노동조합운동이 반성과 고민 없이 주 4일제의 찬성으로 쏠릴지 염려된다. 하루가 없이 일주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결정권과 선택권은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있어야 한다. 1일 노동시간의 단축이 없는 주 4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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